벌써 2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친구들, 내 나이또래의 형들이 하나 둘 씩 기혼자가 되어가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거의 없다. 첫번째 이유는 당장 여자친구가 없어서이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만나서는 안 될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범죄와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생긴다면 말이다.

어린시절 주로 기억나는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다투던 모습이다. 아버지는 무능력한 가장이며 상당히 무심한 사람이었고, 그 당시 어머니는 신경질이 매우 심한 분이었다. 어머니 말에 따르면 살기 위해 싸웠다고 하시지만 그 기간을 보낸 내가 배운 것은 인간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었다.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 무능한 면을 흉봤고, 아버지는 반대로 자신이 먼저 대접받아야 하는 사람이며 이를 바라고 있었으며, 세상을 향한 불만을 가슴 속 깊이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두 분이 젊을 때의 이야기다. 이제 환갑을 바라보시는 나이에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간혹 내 안에서 그 모습을 느낄 뿐.

가끔씩 두 분이 만나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랬다면 물론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란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두 분이 만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수정 (2019-08-19)

10년이 좀 지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도 두 분이 만나서 나를 낳아주신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가 없었을 터이니...



Posted by morph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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