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이란 영화가 있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1974년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과 더불어 코폴라 감독의 걸작으로 꼽힌다. 앞의 두 영화와 비교하면 스케일면에서 상당히 작아보이지만 편집, 음향, 캐릭터 면에서 그 이상으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면이 크다. 또한 이 영화에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도 느껴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해리 콜(Harry Coul, 진 해크만 분)은 도청 전문가인데 편집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의 행동을 잘 보여준다. (주의!!! 스포일러 포함)
편집증(Paranoid)이란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정신질환이다. 환자는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하며 피해의식 속에 갖혀 산다.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우선적으로 내담자(환자)와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영화속에서 40대인 해리는 정부(情婦)가 있다. 어느 날 그녀가 해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자 해리는 그녀를 떠나고 만다. 꽤 오랜 밤을 같이 보냈을 것 같은 둘 사이인데도 해리는 그녀를 믿고 있지 못하나 보다.
해리의 직업은 그의 성격과 딱 맞아 떨어진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앞서 말했듯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위협적인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바로 그런 수단이 될 수 있다. 해리의 직업은 바로 도청을 하는 것이다.
해리는 두 연인이 데이트하는 것을 도청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위 사진에서 녹음을 하고 왼쪽 사진에서처럼 작업실에서 분석을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두 연인은 바로 여인의 남편이 자신들을 죽일 것이라 생각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청을 의뢰한 사람이 바로 그 여인의 남편이었다.
해리는 갈등에 빠진다. 녹음 내용에는 그 둘이 만나게 될 장소와 시간이 들어있다. 그 곳에서, 그 날짜에 두 연인은 살해당할지 모른다. 마침내 해리는 결단을 내리고 둘이 만나기로 한 호텔방의 바로 옆 방에 투숙한다. 그 곳에서 우연히 젖빛유리를 통해 그 방에서 이루어진 죽음의 실루엣을 목격한다. 공포에 질린 해리! 시간이 지나 두 연인이 살해되었을 그 방으로 몰래 들어간다. 하지만 한 방울의 핏자국도 없이 너무나 깨끗하다. 과연 살인이 이루어진 걸까? 그러다가 화장실 변기에서 넘쳐나오는 피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다음 날 신문에 부고기사가 났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살해되었을 두 연인이 아니라 바로 여인의 남편인 회장이다. 그것도 호텔이 아니라 차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해리는 무엇을 본 것일까? 그는 바로 환각을 보았다. 두 연인이 호텔에서 살해당하는 환각을 보았다. 가엽게도 그는 정신분열도 앓고 있었나 보다.
한편 해리의 집에 전화가 온다. 아무도 그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말이다. 그는 자신의 집에 도청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자신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취미인 색소폰을 분다.
그렇다면 편집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프로이드는 동성애적 욕구불안을 편집증의 원인으로 꼽았다. 동성애 욕구가 제대로 억압되지 못하면서 부인, 반동형성, 투사를 통해 동성애적 충동에 대응하는데, 이런 방어기제는 편집증 환자가 보여주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 아래 설명을 보시라.
이 영화에서 시사하는 편집증의 원인은 바로 현대사회가 아닐까 싶다. 전통적인 가족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되면서, 공동체 의식과 '우리'라는 의식은 많이 약화되었다. 콘크리트 벽으로 사방은 막혀있고 길거리에는 낯선이 뿐이다. 신뢰라는 단어보다는 계약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해리는 초록색 드레스의 여인에게 영화 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비춰보인다. 하지만 그 마음은 도청되고, 놀림감이 되었을 뿐이다. 100% 믿고 의지할 사람 하나가 아쉬운 세상이다. 이래저래 현대사회는 외롭다.
편집증(Paranoid)이란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정신질환이다. 환자는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하며 피해의식 속에 갖혀 산다.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우선적으로 내담자(환자)와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다음 날 신문에 부고기사가 났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살해되었을 두 연인이 아니라 바로 여인의 남편인 회장이다. 그것도 호텔이 아니라 차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해리는 무엇을 본 것일까? 그는 바로 환각을 보았다. 두 연인이 호텔에서 살해당하는 환각을 보았다. 가엽게도 그는 정신분열도 앓고 있었나 보다.

그렇다면 편집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프로이드는 동성애적 욕구불안을 편집증의 원인으로 꼽았다. 동성애 욕구가 제대로 억압되지 못하면서 부인, 반동형성, 투사를 통해 동성애적 충동에 대응하는데, 이런 방어기제는 편집증 환자가 보여주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 아래 설명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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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버가 다른 남자에 대해 "나는 그를 사랑한다" 라는 형태로 갖고 있는 동성애적 충동은 부인된다. 의식적으로는 그 충동이 혐오할 만한 것이기 때문에 그 반대인 반동형성으로 바뀐다. 즉,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 미워한다." 다음 단계인 투사에서 그의 태도는 이렇게 바뀐다. "내가 그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미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 생긴 증오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합리화라는 좀더 틀에 박힌 방어기제로 돌아가고 이렇게 결론을 짓는다. "그가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도 그를 미워한다."
...후략...
슈레버가 다른 남자에 대해 "나는 그를 사랑한다" 라는 형태로 갖고 있는 동성애적 충동은 부인된다. 의식적으로는 그 충동이 혐오할 만한 것이기 때문에 그 반대인 반동형성으로 바뀐다. 즉,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 미워한다." 다음 단계인 투사에서 그의 태도는 이렇게 바뀐다. "내가 그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미워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 생긴 증오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합리화라는 좀더 틀에 박힌 방어기제로 돌아가고 이렇게 결론을 짓는다. "그가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나도 그를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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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성 성격장애> 중에서...

해리는 초록색 드레스의 여인에게 영화 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비춰보인다. 하지만 그 마음은 도청되고, 놀림감이 되었을 뿐이다. 100% 믿고 의지할 사람 하나가 아쉬운 세상이다. 이래저래 현대사회는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