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공포하면 생각나는 기억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고등학교 시절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녔던 기억이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항상 다른 사람의 눈길을 피했고, 그래서인지 10년 넘게 산 동네 길을 잘 모른다. 다른 하나는 책을 펴는 것이 두려웠던 기억이다. 영어로 된 두꺼운 원서를 마주하면 항상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리고 끝내는 책을 펴지 못했다.
이런 일이 이제는 옛날 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요즘에도 겁에 질리는 경우가 많다. 이 나이를 쳐먹도록 아직도 이러니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