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에 맞서 태평양 섬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하거나, 혹은 낙하산으로 떨어뜨려서 물자를 공급했다. 이 물자는 미군이나 미군에게 도움을 주었던 원주민들에게 주어졌다. 이 원주민들은 그 전까지 자연상태의 물건이 아닌 공산품을 본 적이 없었고 물자가 전달되는 방식에도 크게 놀란 상태였다.

어느덧 전쟁이 끝나고 미군은 철수했다. 더 이상의 물자 공급도없았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물자가 올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예전에 미군이 하던 것처럼 비행장에서 비행기가 착륙하기를 기다렸다. 코코넛과 짚으로 라디오를 만들고, 미군들처럼 나무로 만든 라이플 총을 어깨에 맸다. 몸에 USA라는 글씨를 써 넣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비행기는 다시 오지 않았다.

이를 화물숭배신앙(Cargo Cult)이라 부른다. 화물숭배신앙의 예는 오늘날에도 여기저기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A라는 회사가 잘 나가는 회사는 회의를 많이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회의를 많이 하면 자신의 회사가 발전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 종교적인 행사의 가장 큰 문제는 결과에 대한 원인을 잘못 이해한데서 기인한다. 전쟁이 터졌고, 미군이 주둔했기에 물자가 공급된 것인데, 원주민들은 비행장 때문에 물자가 공급된 것이라는 잘못된 귀인을 한 것이다. 우리의 직관과 실제 논리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직관과 논리가 잘 맞지 않는 또 다른 예가 있다. 바로 까마귀 패러독스(Raven Paradox)이다. 사람들이 귀납적인 관찰을 통해 '모든 까마귀는 검다'는 명제를 만든다. 검은 까마귀를 많이 발견할수록 명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그리고 이 명제와 동일한 대우명제는 '모든 검지 않은 것은 까마귀가 아니다' 이다.

그렇다면 대우명제를 검증하기 위해 관찰을 해 보자. 붉은 사과는 검지 않고, 까마귀도 아니다. 따라서 대우명제를 참으로 만든다. 즉, 이 관찰은 '모든 까마귀는 검다' 라는 명제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이상하지 않은가? 모든 까마귀가 검은지 안 검은지에 대한 판단을 붉은 사과를 가지고 한다니 말이다. 우리의 직관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유는 바로 검지 않고, 까마귀가 아닌 집합이 까마귀의 집합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을 뿐이다.
Posted by morphi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