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카테고리 없음 2005. 9. 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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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초능력으로 (그 당시 내가 생각하기로는)기적같은 일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왼쪽 약지 손가락 3번째 마디에 있던 빨간 점 - 마치 모기가 물고 난 자국 같이 생겼었다 - 을 통해 외계인과 통신을 하였고, 외계인이 내 바램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우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때부터 초능력에 관심을 가지고 초능력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초능력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어 초능력자 되는 법을 알아내고 싶었다. 초능력 관련된 책은 많이 읽었고, 염력, 투시, 예언, 귀신과의 대화를 행하는 초능력자들을 연구해 보고 싶었다.

그 시작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신과학(New Age Science)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과학이란 쉽게 말해 기, 피라밋 파워, 히란야 파워 같은 것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1, 2학년 때 해마다 한 편씩 논문을 써야 했는데, 1학년 때 나는 피라밋 파워를 논문 주제로 잡았다. 그 당시 실험메이트였던 선해와 한기와 추석내내 학교가서 실험을 했다. 지금은 없어졌는데 교보문고 옆 골목에 정신세계사라는 서점에서 종이로 된 4500원 짜리 피라미드 2개를 사서 조립한 뒤, 우유와 또 다른 하나를 썩히는 실험을 했다. 피라미드 안에서는 우유가 요구르트가 되고, 시신은 안 썩고 미이라가 된다는 구라학설이 있다.

그 당시 피라밋파워 책 번역자와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관련 책을 통째로 복사해서 읽어댔다. 국내에 나와있던 피라밋 파워 관련 책은 거의 다 읽은 셈이다. 그래봤자 3권 밖에 안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옛날 일이다. 그 때 한기는 나 보다 더 그런 쪽에 빠져서 기 관련 동호회 가입하고, 독 없에주는 수정을 공동구매 해서 샀었다. 내가 효과를 물어보니 해독작용이 모르겠고 수면작용은 있다고 했다.

학생 논문을 제출한 후, 주제가 신선해서 혹시라도 뽑히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해 보았으나 결과적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교사라도 그 논문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신과학에 완전히 관심을 잃게 되었고, 오히려 그 반대로 신과학의 비평자가 되었다.

하지만 가끔씩 그 당시의 열정이 그리워지곤 한다. 세상의 종말을 예언한 노스트라다무스. 루즈벨트,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을 예견한 대통령 전문 예언가 진 딕슨 여사. 고대 아틀란티스 대륙에 대해 예언한 꿈꾸는 예언가 에드가 케이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하늘을 날았다던 19세기 영국의 어느 초능력자. 역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염력으로 개구리 심장을 멈추게 한 여성 초능력자. 범인잡는데 초능력을 사용했던 네덜란드의 어느 초능력자. 모두 이젠 안녕...:-)
Posted by morph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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