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1'때문에 너무 기대를 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를 보면서 많은 점이 아쉬웠다.
몇 가지 꼽아보면 첫 번째로 상영시간이 너무 길다. 2시간 3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에 영화보기 너무 힘들었다. 1시간 30분이넘어가면서 몸이 비비꼬이고 눈도 피곤해지고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되었다. 더욱이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느슨해지면서지루함이 가중되었다.
둘째로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지 못했다.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굉장히 간단하다. 다르게 말하면 영화 상영 10분후에는 결말이 쫙 그려지는 영화다. 그 만큼 다양한 볼꺼리를 제공해야만 한다. 공공의 적1 이 성공한 요인도 그 점에 있었다.강철중(설경구 분)이라는 특이한 캐릭터가 그 중심에 있었고, 이성재의 파격적인 변신과 충격적인 살인사건, 그리고 조연들의짭짜름한 연기가 영화보는 맛을 더했다. 나는 아직도 강철중의 명대사 "형이 잡아 넣은 ... 4열종대 앞으로 나란히... 연병장4바퀴 반..." 를 잊지 못한다. 공공의 적2는 아쉽게도 거기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우선 강철중이 검사가 되면서 경찰일때의 양아(?)스러움이 상당히 부족해졌다. 깡패같은 경찰, 엘리트 범인이라는 전작의 이미지 대신 열혈검사만이 남았을 뿐이다. 게다가 외압에 의해 사건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해결방법으로 나오는 것이강철중 검사의 사자후(?)내지는 부장검사의 지원사격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주로 검찰의 직업의식이고, 그들 개인적 삶의희생이 신파조처럼 자주 오버랩된다. 검찰 홍보 영화라고 해도 믿겠다. 그리고 어쨌든 문제를 풀어나간다. 게다가 한상우(정준호분)를 체포하기 위해 주변인들의 자백을 받으려 대화로 설득하는데, 그 과정이 지루하고 가족 드라마에서 볼 듯할 내용이다.사회에서는 주먹보다 대화가 앞서야 겠지만, 영화에서도 그러면 재미있겠는가?
세번째로는 나 개인적인 취향일지도 모르겠으나, 카메라와 조명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인물과 사건이 단지 연기만으로 표현되는것이 아니다. 그 인물의 상황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시각적인 장치를 만들게 마련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점을 별로 고려하지않은 것 같다. "낮이면 밝고, 밤이면 어둡다" 는 정도만 느껴진다. 다르게 말하면 영화가 세련되 보이지 않는다.
위에는 나쁜 말만 했지만 재미있는 점도 많다. 도입부의 어린시절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 강철중의 캐릭터를 강하게 그려낸 경찰VS조폭 씬. 조연들의 감초연기도 재미있었다. 전반적으로 중간 이상의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