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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고 추억한다는 것.

morphix 2004. 12. 20. 01:34
근 1년 조금 넘게 나의 단잠을 깨워왔던 시계가 망가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계는 돌아가지만 가장 중요한 알람소리가 나지 않는다.

한 때 좋아했던 여자애에게서 받은 생일선물이었기에 비싸지도, 좋은 시계도 아니었지만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상당히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망가진 시계를 보면서 내가 그 아이를 생각하지 않게 된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깨달은 사실조차 그리 신경쓰이지 않는다. 내가 좀 더 어렸다면 그 아이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자조섞인 쓴웃음을 지었을지 모르겠다.
그 아이때문에 마음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사람의 감정이란게 참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다가 혹은 좋아하다가, 그를 잊어버리는 것이 이젠 별다른 일이 아닌게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오히려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속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다만 망가진 시계처럼 가끔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 한 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