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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기술
morphix
2006. 9. 13. 23:35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나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공부 잘하는 방법을 깨닫기 위해 우리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나는 공부를 쫓아가는 학생이 아닌, 공부를 지배하는 학생이 되고 싶었다.
어느 날 그 친구들의 방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그 순간을 잊을 수없다. 그들의 책상은 학생의 책상이라기보다는 미술가의 스튜디오나 목수의 작업 책상과 흡사했다. 책을 읽다가 다른 책에 나오는 내용이 연상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찾아보기 때문에 책들이 책상 위에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도면으로 가득한 연습지도가 바닥에 수북하게 널려져 있었다. 발 밑에도 사전 따위가 잔뜩 쌓여있었고 마치 운동하는 사람들처럼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스포츠 물병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들의 공부 현장은 마치 공부가 아닌 노동자의 중노동 현장 같았다. 공부는 조용하고 고상한 정신작용이 아닌 격렬하고 육체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들의 책상은 내게 싶은 인상을 주었고,그 책상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공부는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은 예술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예술은 육체 노동이다. 금속공예가는 물건을 만들 때 쇠를 불에 달구고 망치로 때린다. 거대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미술가는 큰 붓을 사용해 과격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건물을 짓는 인부들은 폭탄으로 돌을 캐고 거대한 기구들을 사용해 벽을 쌓는다. 생각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이 노동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며, 노동을 해야하는 육체 노동자다. 크고 위대한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일수록 더 강렬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더 과격한 움직임을 이용한다.
생각도 그래야 한다. 뛰어난 생각은 파격적이고 폭발적이며, 이런 폭발적인 생각의 힘을 조정해 유용하게 만드는 과정은 정교하면서도 대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는 사람을 기술자다. 온순한 지식인이란 온순한 권투선수와 같이 실제로는 별 쓸모가 없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의지를 필요로 하며 그런 정복 의지와 투쟁 정신 없이는 정상에 오를 수 없는 것은 물론, 산의 한 줄기조차 정복할 수 없다. 도로를 만드는 기술자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불편함을 파괴하고 제압한다.
창조와 생각은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정복과 제압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자신감과 쾌감으로 가득차야 한다. 생각이라는 정복이 가져다주는 오만함에 도취할 줄 알아야 한다. 생각이 망치를 가지고 달구어진 쇠를 패는 것이라면, 젊은 청년의 오만은 화로에서 타오르는 불꽃이다.
나에게 공부 비결을 묻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스스로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성격과 사정에 맞는 생각의 틀을 창조하는 과정인 공부를 남이 지도해 줄 수 있는 한계는 확연하다. 지식은 공부 자체가 아니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자재일 뿐이다. 그것을 가공해 아이디어로 전환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자신이라는 아이디어의 완성이 모든 공부의 원천이다.
여러 개의 아이디어를 완성시켜본 사람은 남의 아이디어도 쉽게 분석하고 응용할 수 있고 다른사람들의 이론을 빨리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의 지식은 산불처럼 번져나가서 저항하는 다른 것들을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이런 사람은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성공하고 자신의 인생에 놓여 있는 장애물을 가차없이 제거해 나간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우리나라 학생들을 대체로 자기 혼자 공부할만한 의지나 정신력이 없었다. 그 학생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그런 의지나 정신력이 없음을 변명으로 사용했다. 나는 만약 그 정도의 의지나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면 가장 난이도가 높은 육체 노동에 속하는 공부는 물론, 노동도 할 수 없어 평생 인생의 패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학생은 도를 넘는 거대한 꿈을 꿀 줄 알아야 하고 전투적 의지로 자신감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실패하면 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학생은 전사이다. 한 병사가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의 적군을 지켜낼 수 있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주변의 선입견, 자기 자신의 교육과
현실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우는 과정이다. 이는 학교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시험을 보는
것은 시험관과의 정신적 한판 승부이며, 싸움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대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내 친구 중 눈에 보이는 노력없이 가장 비상하게 공부를 잘하던 아론은 시험지를 받으면 이름을 적은 다음 실제로 몸을 가볍게 풀고 난 뒤 시험지를 빛나는 눈빛으로 쏘아본다. 상대편을 제압하려는 권투선수처럼 얼굴 근육을 움찔거리며 마치 적군들을 파괴하는 칼날처럼 연필을 격동적으로 움직인다. 답안지를 다 쓰고 나면 그는 마지막 마침표가 꽝 소리가 나게 찍고 시험지를 접은 다음, 한숨을 푹 내쉬고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가는 전사처럼 교실에서 걸어나간다.
논술을 쓰는 것은 자기 이론의 표현이며 모든 이론은 두 종류의 적을 가지고 있다. 이중 하나는 이론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론은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다면 현실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이론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기자신조차 믿기 힘들게 되어 버린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쓴 뉴욕대 교수들과 대화해보면 논문이나 책을 잘 쓰는 방법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상태는 자기가 쓰는 책의 모든 내용을 확고하게 믿는 것이며, 그것을 죽을 때까지 싸워지키겠다는 전투적 의지라고 말한다. 자기 철학과 믿음은 다른 사람들의 믿음과 철학과 언제든지충돌하게 된다. 결국은 카리스마와 열정, 격동적인 힘으로 가득 찬 철학을 가진 사람에게 다른사람들과 철학은 복종하게 된다.
얼마 전 벤처 바람을 타고 많은 젊은이들이 사업을 시작했다가 대부분 망하고 몇 개의 회사는 대기업으로 커졌다. 보통 사업을 시잘할 때는 대부분 여러 명의 친구가 같이 시작한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그 중 한 사람만이 그룹 총수가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 역시 카리스마와 열정 순으로 순위가 정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카리스마는 생각의 격동과 폭력에서 오며 이기려고 하는 오기의 산물이다. '나는 다르다'는 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공부는 남다른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기존의 생각하는 방법을 비평하는 이 책 자체 또한 나에겐 중요한 공부였다. 그래서 나는 격렬하고 파괴적인 시각에 이 책을 집필했다.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말했다. "모든 비평은 편협적이고, 열정적이고, 치적이어야 한다"고. 감정과 격분을 가지고 세상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분노, 정복 정신, 강렬한 에너지를 기본으로 자기만의 투철한 논리와 이론을 엮어나가고, 현실과 타협하며 업그레이드 시키자. 오래도록 고상한 자세로 '공부하는 척'할 것이 아니다. 진정한 공부를 위해 짧은 시간에나마 공부하고 난 자리에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자국이 남아 있어야 한다. 생각과 세상 속에서 자유로운 성공인은 자신의 피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창조는 반응이다. 따라서 모든 창조는 반항이다. 주어진 대로 일하는 것은 컴퓨터가 누구보다 더 빨리,더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제 사람은 기계보다 나은 일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오직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고, 기계와 달리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고 그것을 초월해
자아를 충족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성공이란 지적인 반항, 즉 생각의 산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