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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morphix
2006. 8. 25. 21:08

이 책은 실존인물인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한 소설이다. 40대의 나이에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화가의 길로 들어선 찰스 스트릭랜드는 여러 면에서 괴팍한 인물이다. 마치 악의 화신인 양, 자신의 그림을 최초로 인정해 주고 도와준 화가에게 감사하기는커녕 그의 아내를 차지한다. 항상 이기적이고 세상과 교류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이 책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단지 찰스, 즉 폴 고갱의 삶 때문만은 아니었다. 작가 서머싯 몸이 묘사하고 있는 여러 등장 인물에게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람의 행동에 대한 화자의 설명과 해석은 무릎을 치게 한다. 찰스의 아내의 행동과 스트루브의 행동을 묘사하며 인간 내면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으며 그 인물들에게 강한 생명력을 부여했다.
한편 찰스가 40대의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 때까지의 세상을 뛰쳐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다소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바로 아름다움 때문이다. 원시적인 아름다움, 힘과 관능과 열정이 넘치는 그런 아름다움이다. 그런 아름다움 그리는 대신에 찰스는 문명에게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의 삶은 한편의 소설이 되었다.
소설 내에서는 ‘달’ 이나 ‘6펜스’는 나오지 않는다. ‘달’은 찰스가 추구하려던 아름다움을, 6펜스는 세속적인 것을 나타낸다고 해설에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