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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

morphix 2005. 11. 22. 20:04
10월 17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번지점프를 하러 갔다. 한국에서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세계에서 2번째로 높다는 말과 카트만두 터멜 거리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현혹되어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러 가는 길은 번지점프 신청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5초도 안되는 거리를 떨어지려고 새벽에 버스를 타고 4시간이 더 되는 산길을 가야 했다. 얘기를 들으니 네팔과 티벳을 연결하는 길 중간에 꼬다이 라는 지역이 있는데, 거기까지 간다고 한다.


이윽고 번지점프 하는 다리에 도착했는데 웬지 낯익은 다리다. '이거 싸이질하다 본 거 같은데?' 그 다리가 바로 이 다리였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마디로 죽음이다. 160m의 높이라는데 다리를 건너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이 다리에서 번지점프를 해야 한다니. '아 X됐다. 이런 데를 2번이나 떨어질 생각을 하다니. 두 번째 꺼 환불되려나?' 나는 두 번 떨어진답시고 추가로 25달러를 이미 지불한 상태였다. 처음 떨어질 때에는 왕복 버스이동과 점심 포함해서 80달러를 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두 번 떨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 날 나 혼자만 2번 떨어졌다.

몸무게 재고, 다른 사람 떨어지는거 보다가 드디어 내가 번지점프를 할 차례가 되었다. 다리 중간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내가 공중에 뜬 듯한 느낌이 든다. 준비장소에 가니 발목을 단단한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고리로 2겹 고정을 한다. 빠질거 같지는 않다. 이제는 번지매스터가 점프대로 데려가는데, 정말 극도로 무서웠다.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은 정말 애들 장난이다. 점프대 바깥쪽으로 발 앞꿈치를 내밀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겨우겨우 힘들게 발을 내밀었다.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멋지고 참 작아보인다. 아래는 강이 흐르고 있고 좌우는 협곡인데 수목의 초록빛깔이 참 멋지다. 신선들이 살만한 곳이다.

다리 위에서 본 모습
'Big jump from leg'를 하라고 하는데, 다리가 풀려 고꾸라지듯이 해서 떨어졌다. 떨어지는 동안에는 심장이 멋는 것만 같았고 워낙 순식간에 떨어지다 보이 의외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떨어진 후에는 온 몸이 저려왔고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다. 막 소리지르고 싶었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번지점프가 아니라 스윙(뚝 떨어진 후 늘어져 있는 줄을 타고 타잔처럼 내려가는 것인데 번지점프와 가격과 떨어지는 장소가 동일해서 교체가 가능했다.)으로 한 번 더 떨어졌다. 2번째인데다 스윙이 덜 무서운 편이라 좀 더 수월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떨어지는 것은 여전히 무서운 일이었다.

서비스(?) 컷으로 한 장 더. 35일 전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