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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세계

morphix 2006. 7. 11. 01:34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의 첫 번째 챕터 이름이 바로 "두 개의 세계" 이다. (희미한 기억지만 그 내용을 되살려보면)안락하고 부유한 싱클레어가 뒷골목 동네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되는 부분이다. 더 길게 쓰면 소설쓰게 될거 같아서 여기서 줄인다.

누구라도 대립되는 두 가지의 개념을 겪어봤고,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대립되는 상황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얼마나 잘 찾아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한 개인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겪은 것과 비슷한 것을 경험했다. 단지 싱클레어가 뒷골목에 살았다는 것, 그리고 부유한 근교 동네를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교육수준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은 곳이었다. 첫번째 이유는 "부모의 교육수준이 자식의 교육수준을 결정한다" 는 평범한 진리를 증명하듯, 부모님들의 교육수준이 낮은 동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가난한 동네였기 때문이다. 우리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안좋은 쪽에 가까웠다.

과학고등학교 시험을 본 날,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응원하던 학부모님들 중 대다수가 대학졸업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다소 놀라웠다. 이렇게 대졸자 학부모님들이 많을 수가 있다니? 중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별천지였다. 친구들은 (내가 보기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님 밑에서, 평균이상의 가정 수준에서 자라온 듯 보였다.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성격발달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마 후자쪽에 더 맞는 듯 싶다.) 친구들이 부러웠고, 나쁜 생각도 많이 했다. 그 때 열등감이 엄청나게 발달하게 된 것 같다. - 다른 중요한 이유도 하나 더 있지만 쓰지는 않으련다. 더욱이 나는 그 때 그 두 세계 속에서 내 자리를 찾지 못했고, 두 세계를 겉돌기만 했다. 다행인 것은 고등학교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고, 좋은 친구들도 주었고, 기회도 주었다. 항상 감사히 생각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입학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순간. 두 개의 세계속에서 내 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법을 갖고 있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른 사람 신경쓸 필요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하는 거다.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또한 세상 역시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체득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도 아니하며, 또한 어느 한 세계가 다른 세계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그 세계만의 장단점이 존재할 뿐이다. 좋은 예는 아니지만 단적인 예로, IMF가 몰려왔을 때 주로 자살한 사람들은 사장이었지 직원들이 아니었다.